산티아고 순례길 맛집 Camino De Santiago

6월 7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 너무 뜨겁고 너무 다리가 아파서 너무나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그 힘듦을 달랠 수가 있었다. 순례길 중에 많은 알베르게, 식당, 수퍼마켓을 다녔지만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Top 7을 꼽아본다. 우연히 들른 곳들이지만 지친 순례자에게는 가뭄에 단비같은 행복감을 안겨줬던 곳들이다. 

(오리손 Orisson)


안개 낀 오리손의 전경이 신비롭다. 오리손 마을은 카미노 첫 날, 산 중턱에서 만나게 되는 마을로 론세스바예스에 가는 도중에 있다. 이 곳에서 쉬어가는 순례자도 있고 바로 론세스바예스로 직행하는 순례자도 있다. 평소에 트래킹이나 체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오리손에서 하루 쉬어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비 내리는 야외 테라스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점심을 먹었다. 저녁에는 다른 순례자들과 함께 그룹으로 저녁을 먹었다. 모든 요리가 다 신선하고 맛있었다. 오리손에는 숙소와 식당을 겸한 알베르게가 딱 하나 있다. 하룻밤 머물지 않더라고 맛있는 점심을 즐기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아게스 Ages)


아게스의 엘 파자르 알베르게. 이전 마을의 알베르게가 평이 너무 안좋아서 힘들게 좀 더 걸어서 아게스까지 왔다. 30킬로 가까이 걸은 첫 번째 날이다. 다음 날 이전 마을에 묶었던 사람들을 만났는데, 아게스는 역시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 곳은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알베르게인데, 저녁에는 스페인 집밥을 먹을 수 있다. 샐러드, 수프, 빠에야, 디저트, 빵, 와인, 물이 나온다. 다른 곳과 같은 평범한 메뉴로 구성되어 있지만 집에서 먹는 것 같이 뭔가 좀 편안하고 건강한 느낌이 든다. 사실 까미노 식당 중에는 정식 요리를 안하고 공장에서 나온 음식을 데워주거나 섞어주면서 플레이팅만 하는 곳도 종종 있다. 


 (카스트로예리즈 Castrojeriz)


카스트로예리즈에는 마을 초입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알베르게가 있다. 알베르게 오리온. 그 곳에 가면 비빕밥이나 신라면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한국 음식이 생각나는 순례자들은 들러도 좋을 것 같다. 나는 그냥 로잘리아라는 현지 알게르게에 묶었다.


처음에는 빠에야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채소가 듬뿍 들어간 파스타인 것 같다.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 여러가지 채소에서 다양한 맛이 느껴졌다. 로잘리아 알베르게의 저녁 식사는 다 신선하고 좋았던 것 같은데 이름을 모르는 저 요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부르고스 Burgo)




부르고스 광장을 올려다보면서 연어, 올리브, 문어, 토마토로 만든 신선 짭쪼롬한 타파스를 먹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먹은 타파스 중에서  최고였던 것 같다. 


(엘 부르고 라네로 El Burgo Ranero)


산티아고 순례길 중 가장 많이 마신 것 중 하나가 오렌지 주스와  카페 라떼이다. 카페 라떼는 스페인어로는 카페 콘 레체이다. 카페 콘 레체를 하루에 한 잔 이상 마셨으니 한 50잔은 마셨을 것이다. 참고로 까미노 중에는 아이스 카페 라떼는 존재하지 않는다. 커피는 아무리 더워도 뜨겁게 마셔야 된다. 

엘 부르고 라네로를 지나가다 보면 신라면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 La Costa del Adobe. 호기심과 다리도 쉴 겸 들어갔다. 움푹 패인 접시에 오징어를 넣은 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디저트로 계피향이 나는 부드럽고 달콤한 빵처럼 생긴 케익을 먹었다. 맛있어서 두 개나 먹었다. 이 식당은 다른 메뉴들도 다 맛있어 보였는데 배가 불러서 아쉬웠다. 그런데 전통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한 이 디저트 이름이 뭐였지?


(카카벨로스 Cacabelos)


카카벨로스 마을을 지나가는 중에 우연히 들른 레스토랑. 세인트 제임스 웨이 . 다리가 너무 아파서 잠시 테이블에 앉았다. 앉은 김에 출출해서 식사 메뉴를 시켜봤다. 순례자 메뉴를 별로 안좋아해서 그냥 일반 메뉴를 시켰다. 메뉴 요리를 시키면 애피타이저로  샐러드나 수프를 주로 먹었는데 새롭게 해산물을 시도해보았다. 올리브와 레몬에 촉촉하게 젖은 신선하고 토실 토실한 해산물이 식욕을 자극했다.


메인으로는 대구 요리를, 마지막에는 쌀로 만든 디저트를 먹었다. 해산물, 디저트 모두 신선하고 깔끔한 맛으로 올리브 기름이 넘치지만 느끼함은 전혀 없었다. 순례자 메뉴가 아닌 일반 메뉴 요리로 18유로 정도 했던 것 같다. 여기에 음료를 마시면 가격이 더 올라간다. 순례자 메뉴에 비하면 좀 비싸게 느껴지지만 한국에서는 절대 같은 가격으로 먹을 수 없는 퀄리티를 맛볼 수 있다. 까미노 중반쯤부터 느끼게 된 건데 스페인 식당에서는 고기보다는 해산물 요리를 시키면 실패 확률이 낮은 것 같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광장에 위치한 호텔 파라도르. 5 스타 호텔로 과거에는 병원이었고 현재도 건물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성당 바로 옆에 있고 광장의 한 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다리가 아픈 순례자에게는 최고의 위치라고 할 수 있다.



아침에는 정말 맛있는 조식 뷔페를 느긋하게 즐기면서 광장의 멋진 뷰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창가 자리에 앉으면 아침에 도착한 순례자들을 보면서 아침 식사를 먹을 수 있다. 감격의 순간을 만끽하는 순례자들의 모습을 내려다 보면서 미소지었던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여기에는 없지만 부르고스 상하이 식당에서 고니 언니와 먹은 가성비 만점의 중국 식당, 어머니님들이 요리해주신 된장국과 닭볶음탕, 몰리나세카 까사 라몬의 해산물 수프와 생선구이, 이태리 순례자가 요리한 채소 육수로 만든 리조또도 맛있었다.

갈리아식 문어 요리와 갈리아식 수프는 기대를 좀 하고 여러 식당에서 먹어봤는데 내 입맛에는 그저 그랬다. 그래도 갈리아 지역 전문 요리이니 그 지역에 가면 한 번쯤 먹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수퍼마켓에 가면 좋은 현지 음식 재료가 많이 있다. 부엌이 있는 알베르게에 묶는다면 직접 요리를 해먹어도 된다. 그리고 스페인은 과일이 정말 싸고  맛있어서 매일 듬뿍 먹을 수 있다. Buen Cami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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